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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성장기일 무렵 작은 상처 따위 안중에도 없었다. 연고나 밴드 같은건 사치일 뿐이었다. 

중학교 이후부터 부모님도 그렇게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셨고, 나 자신도 다쳐서 피가 나는 것에 대해 아프다며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영광의 상처로 생각하며 보여주기 바빴던 거 같다. 상처가 클 경우 누나나 부모님이 흉진다며 후시딘이나 마데카솔을 바르라고 잔소리를 했을 뿐이다. 

그러다 흉터가 남는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나 스스로가 흉질 것 같은 상처는 연고를 찾아 바르기 시작했다.


아침에 아버지가 밥을 다 드시고는 입술 위에 상처가 났다고 연고를 찾으셨다. 

뾰루지가 난 것으로 보이는데 밥 먹을 때 거슬리셨나... 굳이 바르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요즘 문뜩 아버지가 아이같다고 느껴졌다. 

어릴 적 보았던 아버지의 큰 덩치와 근육, 작은 상처 따위 신경도 쓰지 않으셨는데, 요즘은 작은 상처에도 약을 바르고 조금만 아파도 병원에 가신다. 

예전과 다르다 연연하지 않으셨던 거에 관심을 가지시는 모습이 새삼 다르게 느껴졌다. 

문뜩 어깨와 팔을 보는데 피부는 이제 힘이 없어지고 근육도 예전보다 절반 이상 줄어드셨다.

그 커 보이던 아버지가 이렇게 쇠약해지신 것을 문뜩 느끼게 되니 마음 한켠이 짠하다.

아들인 나는 헬스장 다니면서 덩치 좀 키워 보겠다고 날마다 운동을 하고 있는데, 내가 커지는 만큼 아버지의 근육은 줄어드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자식들 키우느라 자기 몸 돌볼겨를 없이 살다보니 가벼운 상처나 통증따위 신경쓰지 않으셨으리라~

이제 자식들 다 크고 제 몸 돌볼 때가 되니 젊을 적 고생한 흔적이 몸에 고스란히 남아 생활이 불편해졌지만 그 또한 늙어가는 것이라며, 담담히 받아 들이신다.


나이를 먹으면서 변하는 것들이 많다는 걸 요즘 나도 깨닫고 있지만, 아버지 나이가 되면 어떨지는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20대 때 주변에서 어디가 아프다,  일만 조금 해도 지치고 피곤하다, 소화가 되지 않아서 죽겠다. 등등 많은 한탄을 듣곤 했는데 나 또한 나이가 조금 들고보니 그 말들을 하나씩 공감해가고 있다.

이게 나이를 먹는다는 건가? 30대가 되니 나 스스로도 받아 들이게 되고 10년 20년 후를 생각해서라도 몸을 조금이나마 더 챙기게 된다.


방송에서 보면 운동 선수나 연예인들이 비타민이나 각종 보양식등으로 자기 몸 챙기는 것을 보며, 뭘 저렇게 까지 먹나 싶었는데 사람마다 다르지만 결코 과한건 아니다.

일하면서 휴식없이 폭주기관차 처럼 달리고 나면, 후회가 밀려온다.

멍청했어!! 몸 좀 챙길걸 왜 그렇게 욕심을 부렸나, 그렇게 열심히 돈을 벌어서 얻고자 하는게 뭔지 싶어진다.

첫 회사에 입사 했을 때 내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시키는 것 이상으로 일에 몰두 했었다.

그 결과 체중의 20%가량 빠졌고 기존에 쌓였던 체력은 바닥을 보였다.

그리고 사회에서 5년쯤 지나고 나니 만성 두드러기와 소화불량 무릎, 어깨통증, 거북목, 손목터널증후군등 갖가지 병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하나 둘 고쳐나가기 위해 식습관을 개선하고 운동을 시작했다.

한 번 발생했던 병들은 나 스스로를 돌보지 않거나 무리하면 바로바로 재발하였다.

이래서 사람들이 몸이 재산이고 건강이 최우선이라고 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런데 아버지 나이인 70대가 넘어서면 어떨까?

80대를 바라보고 건강에 더 신경을 써야 할까? 그 나이가 되면 삶의 낙이 무엇일까?

한 번씩 친구분들과 이야기하는걸 들어보면 하고싶은 거 하다 병원에서 고생안하고, 자다가 편하게 죽는 게 소원이라고 하신다.

예전 아버지와 같이 티비를 보다 90 중반이 넘는 할아버지가 쪽방에 살며, 폐지를 주우시는데 번 돈으로 소주를 사드셨다.

리포터가 열심히 번 돈으로 왜 술을 드시냐 여쭤보니 그게 삶의 낙이라고 하셨다.

그 할아버지 표정을 보는데 너무 밝아 보이고, 삶을 즐기는 듯 보이셨다.

그걸 본 아버지는 인생의 선구자라도 본 듯 "저렇게 나이가 먹어서도 술을 저렇게 먹는다"라며 자신도 그러고 싶다 하셨다.

그 말 뜻 속에는 "저 할아버지도 90넘어서 소주 한병을 먹는데 나는 70대이니 아직 멀었다"라고 내포되어 있는듯 했다.


인생 고마운 마음으로 후회 없이 살며, 행복하게 사는 게 모든이의 바램이지만 현실은 냉랭하기만 하다.

그 현실을 뛰어넘어 나 스스로가 불평불만 대신 긍정을 발산하며, 행복해 질 수 있을까?

적은 것에도 만족하며, 주변 사람까지 웃게 할 수 있을까?

야위어 가는 부모님을 보며, 지금 내가 현실에서 어떠한 삶을 살고 싶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모두의 바램이 이루어지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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