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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념 끄적끄적/일상

아침에 커피숍에는?

썩소천사 2016. 10. 1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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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날이나 주말 출근하듯 밖을 나선다.

대형 커피숍에 일찍 자리를 잡고 앉아있노라면 다양한 사람들이 카페에 들어선다.

대학병원 근처라 그런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분들이 들어오면 대부분 간호사이고,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들어오면 대부분 과제나 공부하러 온 학생들, 정장 차림의 분들은 영업 또는 면접을 보러가기 전 들른 사람들, 나 같은 사람은? 나도 모르겠다. 나 같은 부류의 사람을 아직 카페에서 만나 본적이 거의 없다. 

주말에는 군복을 입은 군인들과 그의 여자친구들이 종종 보이기도 하고, 아침 일찍부터 데이트를 즐기러온 중고등학생도 보여서 깜짝 놀랄 때도 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고등학생 남자애가 먼저 커피를 마시고 있었고, 나중에 남자 애 한명과 여자애 2명이 들어왔는데 여자애1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음료를 각자 주문해 들고왔지만 한명은 들고오지 않았다. 그 아이를 좋아하는 것 같은 남자 아이가 여자애한테 "너는 왜 음료수 안마셔?"라고 물어 봤고 여자애는 "별로 먹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그러다 다른 남자애 하나가 그 음료를 마시지 않는 여자애를 가르키며 "너 주말마다 치킨집에서 알바한다며?" 물어 봤고, 여자애는 말은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딱 봐도 말투를 보건데 여자애 1명을 제외한 나머지 애들은 형편이 나쁘지 않은 것 같고, 여자애는 남자애와 데이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주말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 같았다. 그 자리에서 여자애에게 음료 한잔 사주고 싶은 마음이 마구마구 샘솟았다. 하지만 어떠한 행동으로도 그 아이를 보듬어 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음료를 가져다 줄 것인가? 용돈을 줄 수 있나? 여린 마음에 상처 받지 않을까? 라는 걱정이 앞서지만 현명한 남자애라면 그 아이를 잘 보듬어 줄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생이기에 금전적으로 여유로울 수 없지만 돈이 아니더라도 서로의 마음을 확인 할 수 있는 방법은 많으리라 생각된다.

중심가 커피숍부터 동네, 아파트 단지등 이것도 새로운 경험이라면 경험이지만 카페를 돌아다니면 다양한 세상을 보게 된다. 평상시라면 회사에 있을 시간에 카페에 있다보면 많은 사람들을 보게 되고 본의 아니게 이야기들도 듣게 된다. 그건 또 하나의 새로운 경험이 되고 나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갖게된다. "저런 사람도 있구나", "요즘 아이들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어른들의 관심사는 그런 것이구나" 등등 세상이야기를 듣는다는게 상대방에게는 실례되는 일이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뭐랄까? 어린이가 어른들의 세계를 구경하는 느낌이랄까? 반성도 하고, 다짐도 하고, 나도 모르게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내 내면을 넓혀 가는 것 같기도 하다.

 항상 나와 연관되어 있던 사람들 회사동료, 친구, 친척 등 범주를 그렇게 크게 벗어나지를 않는다. 오랜만에 만나서 하는 이야기는 어쩌면 뻔하기도 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말들이 정해져 있기에 그 틀을 깨기란 쉽지 않다. 각각의 그룹마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주제가 바뀌기는 하지만 그 역시 정해진 틀 안에서 말할 뿐 다양하지는 않다. 그렇게 따지면 드라마를 봄으로써 다양한 인간의 모습들을 볼 수 있지만 요즘 드라마를 보게되면... 그래 안보는 것이 더 이롭다.

정해진 곳에서 매일매일 생활하다 보면 무료하고 지루하다. 나는 항상 거기에 있던 나인 것 같고 그자리에서 시간만 흘러가는 것 같다. 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 뭘 하고 있는지 정체성을 잃어갈 때 사람구경도 하고 이야기도 듣다보면 내가 살아가고 있음을 잠시나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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