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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아기 고양이 울음 소리가 들려온다.


임신해서 배가 불러온 고양이가 집 마당과 옥상을 왔다갔다 하더니 우리집에서 새끼를 낳았나 보다. 호기심에 몇마리나 나았나 하고 집 모퉁이 구석을 빼꼼 내밀어 보니 어미는 나를 흘끔 쳐다보고 도망을 가고 새끼 3마리가 자기들끼리 햩고 뒹굴고 난리도 아니다. 엄마 고양이 얼굴을 보아 이번에 처음으로 새끼를 낳은 것 같은데 아랫배가 아직 나온 것으로 보아 애를 낳고 있는 도중 나 때문에 도망간게 아닌가 싶기도 해서 미안하다. 


 새끼 고양이들은 태어난지 하루이틀밖에 되지 않아 눈망울이 여리여리하기 그지 없다. 털도 아직 쭈볏쭈볏한게 여리고 가엾어 보인다. 그래도 녀석들끼리 올라타고 장난치느라 여념없어 한없이 순수해 보이기만 한다. 어린 생명은 동물이나 사람이나 상관 없이 따듯한 마음속 무언가를 불러일으킨다. 나도 모르게 마당에 서서 한없이 살짝보이는 틈 사이로 새끼 고양이들을 바라보게 된다. 하는짓이 왜이리 귀엽기만 한지 한번 쓰다듬어 보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동물들중 새끼가 사람손을 탈 경우 어미가 새끼를 버리는 경우도 있다. 고양이도 그러한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어미의 모성애와 새끼가 어미를 기억하는 그 기간동안은 환경에 변화를 주는 것이 좋지 않은 방법이라 생각된다.


 마당을 나설때마다 새끼를 관찰하는 버릇이 생겨버렸다. 처음에 3마리인줄 알았던 새끼 고양이들은 자세히 세어보니 5마리가 되었다. 엄마 고양이 아랫배 불러있던게 출산 후유증인지 나머지 2마리를 반견하지 못했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출산을 하다가 나 때문에 도망가 다시 와서 나머지 두마리를 낳은건 아닌지 괜스레 미안해진다. 보통 동네 길고양이들이 2~3마리를 대리고 다니는 것은 많이 보았는데 5마리나 출산한 녀석은 처음이다. 이전에도 우리 집에서 2번정도 길고양이들이 새끼를 낳은적이 있는데 우리집 마당이 재집인듯 마냥 휘집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새끼들의 활동 범위가 커지고 다른곳으로 거처를 옴길 정도가 되면 사람이 사는 곳 보다는 살지 않는 집으로 이사를 갔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놀래켜 주고 싶은 충동을 느끼면서도 멀리서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엄마 뒤를 따라 이사를 가는 어린 고양이들이 왠지 짠하면서도 귀엽고 애잔함이 느껴졌다. 


 마당을 나설 때 고양이가 마당에 쉬고 있다 나와 얼굴이 마주치면 서로 한없이 바라보고 있을 때가 생긴다. 그럴 때 티비에서 고양이 전문가가 고양이와 친해지는 방법을 말해주어 나는 때때로 그렇게 해보았다. 고양이와 눈을 마주치면서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면서 고양이를 응시한다. 그러면 고양이의 날카롭던 눈망울이 언제 그랬냐는 듯 동그랗게 변할 때가 있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소비한다. 한 3분 이상? 눈싸움을 벌여야만 한다. 그나마 그 이후에 나를 조금이나마 친근하게 받아들였다는 의미랄까? 그렇게 몇 번 했더니 내가 마당에 나타나도 크게 놀라거나 도망가지 않더라 그리고 나서 우리집 마당에있는 화단에 응아를 자주 하고 가는 바람에 아주 극심한 응아 냄새때문에 고생한 기억도 난다.


 이번에 새끼를 낳은 녀석은 그때 어미 뒤를 따라 졸졸 따라가던 녀석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 이후에 조그만 체구로 우리집 마당에서 자주 보았고 덩치나 나이를 봤을 때 그럴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때 그 어미 고양이는 자식에게 밀려 옆 빈집으로 거쳐를 옴긴 것 같다. 자식이 엄마를 쫓아내고, 다시 그 자식이 커서 또 엄마를 쫓아내고 그러는 건가... 싶기도 하다. 일주일정도 지나면 또다시 새끼들을 대리고 거쳐를 옴기겠지... 이제는 재개발 때문에 빈집이나 공터가 많이 없어져 어디로 갈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새벽에 밥달라고 울지말고 내 화단을 파해치지 않으면 좋으련만... 어린 새끼들이 뭘 알겠나~


그냥 잘 크렴~ 집주인은 마당에 오고 가고 할 때마다 너내 모습이 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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